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썸머 이야기/초록색 지붕집으로 가는 길

초록색 지붕집으로 가는 길 // 잘자요, 반짝이는 호수님

 

 

 

 

 

 

 

 

 

 

 

 

 

 

 

 

 

 

 

 

 


 

 

 

 

 

잘자요, 반짝이는 호수님.

 

전 늘 제가 사랑하는 것들에게

잘 자라고 인사해요.

사람들한테 하는 것처럼요.

 

저 호수가 제게 웃어 주는 것 같아요.

 

- 빨강머리앤 중

 

 


 

 

 

 

 

 


 

 

 

 

'반짝이는 호수'라는 표현은 그저 '반짝반짝 작은별'의 동요 구절처럼 타성에 젖은 표현이라고 생각했다. 호수니까 반짝인다고 붙여놨겠지 하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막상 프린스 에드워드 섬의 크고 작은 연못들을 보니 눈이 부시게 빛나고 있었다. 분명 연못(Pond)라고 지명에 적혀있지만, 한국에서 보던 연못과는 규모가 달랐다. 하지만 호수(Lake)는 아니었다. 그런 연못들이 프린스 에드워드 섬에는 곳곳에 있었다.

 

우리 가족은 운전을 하며 프린스 에드워드 섬을 다녔는데 무척이나 즐거운 경험이었다. 바닷가와 숲, 호수가 한데 어우러진 예쁜 섬이었다. 물론, 여름에 한해서 말이다. 프린스 에드워드 섬 역시 캐나다이기 때문에 겨울이 매우 길고 눈이 많이 내린다. 눈이 많이 내리면 고립이 된다고 하니, 몇 안되는 빨강머리앤 소설 속 겨울 에피소드들이 떠오른다. 겨울 에피소드들은 대부분 짧게 지나가긴 했지만, 떠올려보면 참으로 혹독한 겨울들이었다. 여름에만 살기좋고 아름다운 섬일테다.

 

눈 앞에 반짝이는 호수를 마주하니 이렇게 예쁜 곳을 '배리 연못'이라고 부르다니! '반짝이는 호수'가 맞구만! 이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배리 연못이라는 이름은 그저 다이애나 배리의 아버지 배리씨의 집이 호수 윗편에 위치해서 에이본리 마을 사람들이 그렇게 불렀던 것이다.

 

앤(Anne)이라는 평범한 이름이 콤플렉스였던 앤은 자신을 코딜리어 공주라고 상상하기도 했고, 마음의 친구의 이름 역시 다이애나라는 아주 길고 멋들어진 이름이라 행복했다. 그 때문인지 초록색 지붕집의 이 곳 저 곳을 자신이 이름을 붙여주기도 하였다. 나 역시 '현주'라는 평범한 이름이 싫었다. 아주 특별하고 예쁜 이름을 지어주고 싶었다. 그 꿈은 최근에야 이루었는데, 유튜버로 활동하면서 나의 활동명을 '썸머'라고 지은 것이다. 왠지 쿨내나는 이름이 마음에 든다.